교찐 사법통역사 "'놀러 간다'가 마약 은어로 둔갑…번역 한 줄에 인생 갈려"

1편<[인터뷰] 양원준 변호사, 10년 구형 베트남 유학생, 마약 공범 혐의 무죄 뒤집은 한 수>에서 소개한 베트남 유학생 마약 공범 사건의 최종 무죄 판결 배경에는 법리적 다툼뿐 아니라 수사 초기 왜곡됐던 '번역 한 줄'을 바로잡은 조력이 결정적이었다.
당시 베트남 유학생이 남자친구 지인과 나눈 "설 명절까지 얼마나 남았지? 얼마나 준비하면 되지?"라는 일상 대화가 수사 초기 "수익금을 얼마나 받았느냐"는 취지로 오역돼 공모 혐의의 핵심 정황으로 둔갑해 있었다.
이 오역을 밝혀내며 피의자의 방어권을 지켜낸 주인공은 법무법인 법승 국제소송·자문팀의 교찐 사법통역사(차장)다. 법무법인 법승 회의실에서 교찐 사법통역사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일반 통역과 형사사건 사법통역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인가.
일상 대화는 대략적인 의미만 통하면 되지만, 수사기관 진술은 단어 하나와 어감에 따라 혐의 적용과 형량이 달라집니다.
베트남어 법정 통역인 중 일부는 법률 용어나 사건 배경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직역하거나 수사관의 유도 질문 방향에 맞춰 번역하는 오류를 범하기도 합니다.
특히 베트남어는 남북부 방언 차이가 크고 문맥에 따라 단어의 의미가 완전히 달라지므로 정교한 사법적 이해가 필수적입니다.
Q. 번역 왜곡이 사건의 결과를 바꿀 뻔한 또 다른 사례가 있다면.
외국인 사건의 핵심 증거인 메신저 대화에서 전체 맥락을 생략하고 일부분만 발췌해 번역할 때 심각한 왜곡이 발생합니다.
과거 한 유흥업소 관련 사건에서는 피의자가 단순히 '놀러 간다'고 말한 일상적 표현이 수사 초기 마약 투약 은어로 오역돼 중범죄 피의자로 몰릴 뻔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다행히 수천 장에 달하는 대화 원본 전체의 맥락을 복원해 수사기관의 오인을 바로잡았습니다.
Q. 과거와 비교해 국내 사법통역 환경에서 개선된 점은.
가장 긍정적인 변화는 '통역인 분리 지정'입니다. 과거에는 경찰, 검찰, 법원 단계를 한 통역인이 전담해 초기 오역이 끝까지 굳어지는 문제가 잦았습니다.
현재는 각 수사·재판 단계마다 통역인이 다르게 지정되어, 이전 단계의 번역 오류를 상급심이나 재판 과정에서 교차 검증하고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었습니다.
Q. 10년 째 베트남 전담 사법통역을 해오고 있는 소회와 포부는.
2016년 합류 이후 언어 장벽 탓에 하지도 않은 죄를 뒤집어쓰거나 피해를 보고도 구제받지 못하는 외국인들을 수없이 마주했습니다. 단순히 외국어를 옮기는 것을 넘어 법정 통역인 인증과 전문 교육을 바탕으로 억울한 의뢰인이 발생하지 않도록 돕고 있습니다.
체류 외국인 300만 명 시대에 걸맞게 낯선 사법 절차 앞에서 외국인이 '정확히 이해받을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법률적 교량 역할을 다하겠습니다.
출처 : INSIDE VIZA
